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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을 이야기 한 사람들

유재건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유재건 劉在建 1793년(정조 17)~1880년(고종 17)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인으로 본관은 강릉(江陵)이며, 자는 덕초(德初), 호는 겸산(兼山)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으며, 시와 글에 두루 능했고 특히 서예를 잘했다. 그는 오랫동안 규장각에서 일하면서 〈열성어제 列聖御製〉를 펴내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왕이 내리는 상을 여러 번 받았다. 고종(高宗) 때에는 벼슬이 상호군(上護軍)에 이르렀다. 1853년 조희룡·최경흠 등과 중인들의 모임인 직하시사(稷下詩社)를 조직하고 위항문학의 발전에 힘썼다. 〈풍요속선 風謠續選〉 이후 60년 동안의 위항시를 정리한 〈풍요삼선 風謠三選〉을 1857년에 펴냈고, 1862년 위항인 308명의 전(傳)을 모아 〈이향견문록 里鄕見聞錄〉을 펴냈다. 이향견문록에 수록된 인물 중 이전 사람이 그 전기를 이미 기록해 놓은 것은 선택해 편집했고 전기가 없는 인물은 직접 써 책에 실었으므로 인용된 도서가 52종에 달한다.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 만덕(萬德) 만덕의 성은 김씨이니 탐라(耽羅)에 사는 양가집 딸이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돌아가서 의탁할 곳이 없어서 기생의 집에 의탁하여 살았다. 조금 자라나자 관가에서 만덕의 이름을 기안(妓案)에 올렸다. 만덕이 비록 머리를 숙이고 기생 노릇을 하였으나 그 자신은 기생으로 처신하지 않았다. 나이 이십 여 세 되었을 때 그 사정을 울며 관가에 하소연하니 관가에서 불쌍하고 가엾게 여겨 기안에서 그의 이름을 없애고 다시금 양민으로 되돌려 주었다. 만덕은 비록 집에 거하면서 탐라의 사내들을 머슴으로 거느리기는 했으나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았다. 재화를 늘리는 데에 재능이 있어서 물가의 높고 낮음을 잘 짐작하여 내어 팔거나 쌓아 놓거나 했다. 그런지 몇 십 년 만에 제법 부자로 이름이 드높았다. 우리 임금 19년 을묘년(乙卯年)에 탐라에 큰 흉년이 들어 백성의 죽은 시신이 더미로 쌓였다. 임금이 곡식을 배에 싣고 가서 구제하기를 명령했다. 바닷길 팔백 리에 바람 편에 오가는 돛대가 북처럼 재빨랐으나 오히려 미치지 못했다. 이에 만덕이 천금을 내어 쌀을 육지에서 사들였다. 모든 고을의 사공들이 때맞춰 이르면 만덕은 그 중 십분의 일을 취하여 그의 친족을 살리고, 그 나머지는 모두 관가에 실어 날랐다. 그리하여 부황(浮黃)난 자가 그 소문을 듣고 관청마당에 모여 들기를 마치 구름 같았다. 관가에서는 그 완급(緩急)을 조정하여 나누어 주었다. 그들 남녀는 모두 만덕의 은혜를 찬송하여, “우리를 살린 이는 만덕이네.”라고 했다. 진휼이 끝난 뒤에 목사가 그 일을 조정에 올리니 임금이 기이하게 여겨서, “만덕이 만일 소원이 있다면 쉽고 어려움을 가리지 않고 특별히 돌보아 주겠다.”하고 회유(回諭)했다. 목사는 그제야 만덕을 불러서 임금의 말씀대로, “너는 무슨 소원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만덕은, “별다른 소원은 없습니다만 다만 한 번 서울에 가서 임금님의 계신 곳을 바라보고, 이내 금강산에 들어가 일만 이천 봉을 구경한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라고 했다. 대개 탐라의 여인들은 바다를 건너서 육지에 오르지 못하게 함이 나라의 법이었다. 목사가 또 그의 소원을 올리니, 임금이 명령을 내려 그의 소원대로 하라하여 관가에서 노수(路需)와 역마(驛馬)를 주고, 음식을 번갈아서 제공케 했다. 만덕은 드디어 배를 타고 만경의 푸른 바다를 건너서 병진년(丙辰年) 가을에 서울에 들어와서 채상국(蔡相國)을 한두 번 만났다. 상국은 그 사실을 임금께 여쭈어서 선혜청(宣惠廳)에 명령하여 달마다 식량을 대주었다. 그런지 며칠 만에 그로써 내의원(內醫院) 의녀(醫女)를 삼아서 모든 의녀의 반수(班首)에 두었다. 만덕은 이전에 있던 사례에 의하여 궁궐 안에 있는 문 안에 들어가 문안을 드렸다. 왕비와 궁에서 각기 여시(女侍)로 하여금 말씀을 내렸다. “네, 한 개 여자로서 의기(義氣)를 내어서 주린 백성 천여 명을 구제했으니 갸륵한 일이로다.” 그리고 상사(賞賜)한 것이 많았다. 그런지 반 년만인 정사년(丁巳年) 삼월에 금강산에 들어가 만폭동(萬瀑洞)・중향성(衆香城)의 기이한 경치를 다 구경하였다. 금불(金佛)을 만나서는 반드시 절하고 공양 드려 그 정성을 극진히 했다. 이는 대체로 불법이 탐라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까닭에 만덕이 나이가 쉰여덟이었으나 이제 처음 절과 부처를 구경했던 것이다. 그는 마침내 안문령(雁門嶺)를 넘어서 유점사(楡岾寺)를 거쳐 고성(高城)으로 내려가 삼일포(三日浦)에서 배를 타고 통천(通川) 총석정(叢石亭)에 올라 천하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구경을 한 뒤로 서울로 다시금 돌아와서 며칠을 머무르고 장차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내원(內院)에 들어가서 물러감을 고했다. 왕비와 궁에서 각기 앞서와 같이 상을 내렸다. 이때엔 만덕의 이름이 서울 안에 가득하여 공경대부(公卿大夫)와 사(士) 모두 한번 만덕의 얼굴보기를 원하지 않는 자 없었다. 만덕이 떠날 때에 채상국을 보고 목메인 소리로, “이승에선 다시금 대감의 얼굴을 뵈올 수 없겠습니다.” 하고 이내 산연(潸然)히 눈물을 흘렸다. 채상국은 “옛날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는 모두들 ‘해외에 삼신산(三神山)이 있다’하였고, 또 세상에서 이르기를 우리나라의 한라산은 곧 그들이 이른바 영주산(瀛洲山)이요, 금강산은 곧 그들이 이른바 봉래산(蓬萊山)이 아닌가. 넌 이미 탐라에 자라나서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白鹿潭)의 물을 떠내고, 이제 또 금강산을 두루 구경하였으니, 이는 삼신산 중에서 그 둘은 벌써 너에게 점령되었지 않은가. 온 천하 수많은 사내 중에서 이런 복을 누린 자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하직을 당해서 도리어 아녀자의 가련한 태도를 짓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하고 위안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일을 서술하여 만덕전(萬德傳)을 써서 한 번 웃으며 그에게 주었다. 『번암집(樊巖集)』 만덕이 서울에 왔을 때 기생 홍도(紅桃)가 다음과 같이 시를 주었다 여의(女醫) 행수(行首) 탐라 기녀가 만 리 물결에 바람 두려워하지 않았네. 또 금강산 깊은 곳 향해 가니 향기로운 이름 교방(敎坊)에 남으리. 『범곡기문(凡谷記聞)』 ▷원문보러가기(원문 이미지 - 0002책 023a면~025a면)

유재건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유재건 劉在建
1793년(정조 17)~1880년(고종 17)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인으로 본관은 강릉(江陵)이며, 자는 덕초(德初), 호는 겸산(兼山)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으며, 시와 글에 두루 능했고 특히 서예를 잘했다. 그는 오랫동안 규장각에서 일하면서 〈열성어제 列聖御製〉를 펴내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왕이 내리는 상을 여러 번 받았다. 고종(高宗) 때에는 벼슬이 상호군(上護軍)에 이르렀다. 1853년 조희룡·최경흠 등과 중인들의 모임인 직하시사(稷下詩社)를 조직하고 위항문학의 발전에 힘썼다.

〈풍요속선 風謠續選〉 이후 60년 동안의 위항시를 정리한 〈풍요삼선 風謠三選〉을 1857년에 펴냈고, 1862년 위항인 308명의 전(傳)을 모아 〈이향견문록 里鄕見聞錄〉을 펴냈다. 이향견문록에 수록된 인물 중 이전 사람이 그 전기를 이미 기록해 놓은 것은 선택해 편집했고 전기가 없는 인물은 직접 써 책에 실었으므로 인용된 도서가 52종에 달한다.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
만덕(萬德)

만덕의 성은 김씨이니 탐라(耽羅)에 사는 양가집 딸이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돌아가서 의탁할 곳이 없어서 기생의 집에 의탁하여 살았다. 조금 자라나자 관가에서 만덕의 이름을 기안(妓案)에 올렸다. 만덕이 비록 머리를 숙이고 기생 노릇을 하였으나 그 자신은 기생으로 처신하지 않았다.
나이 이십 여 세 되었을 때 그 사정을 울며 관가에 하소연하니 관가에서 불쌍하고 가엾게 여겨 기안에서 그의 이름을 없애고 다시금 양민으로 되돌려 주었다. 만덕은 비록 집에 거하면서 탐라의 사내들을 머슴으로 거느리기는 했으나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았다.
재화를 늘리는 데에 재능이 있어서 물가의 높고 낮음을 잘 짐작하여 내어 팔거나 쌓아 놓거나 했다. 그런지 몇 십 년 만에 제법 부자로 이름이 드높았다. 우리 임금 19년 을묘년(乙卯年)에 탐라에 큰 흉년이 들어 백성의 죽은 시신이 더미로 쌓였다. 임금이 곡식을 배에 싣고 가서 구제하기를 명령했다. 바닷길 팔백 리에 바람 편에 오가는 돛대가 북처럼 재빨랐으나 오히려 미치지 못했다.
이에 만덕이 천금을 내어 쌀을 육지에서 사들였다. 모든 고을의 사공들이 때맞춰 이르면 만덕은 그 중 십분의 일을 취하여 그의 친족을 살리고, 그 나머지는 모두 관가에 실어 날랐다. 그리하여 부황(浮黃)난 자가 그 소문을 듣고 관청마당에 모여 들기를 마치 구름 같았다. 관가에서는 그 완급(緩急)을 조정하여 나누어 주었다. 그들 남녀는 모두 만덕의 은혜를 찬송하여, “우리를 살린 이는 만덕이네.”라고 했다. 진휼이 끝난 뒤에 목사가 그 일을 조정에 올리니 임금이 기이하게 여겨서, “만덕이 만일 소원이 있다면 쉽고 어려움을 가리지 않고 특별히 돌보아 주겠다.”하고 회유(回諭)했다. 목사는 그제야 만덕을 불러서 임금의 말씀대로, “너는 무슨 소원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만덕은, “별다른 소원은 없습니다만 다만 한 번 서울에 가서 임금님의 계신 곳을 바라보고, 이내 금강산에 들어가 일만 이천 봉을 구경한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라고 했다. 대개 탐라의 여인들은 바다를 건너서 육지에 오르지 못하게 함이 나라의 법이었다. 목사가 또 그의 소원을 올리니, 임금이 명령을 내려 그의 소원대로 하라하여 관가에서 노수(路需)와 역마(驛馬)를 주고, 음식을 번갈아서 제공케 했다.
만덕은 드디어 배를 타고 만경의 푸른 바다를 건너서 병진년(丙辰年) 가을에 서울에 들어와서 채상국(蔡相國)을 한두 번 만났다. 상국은 그 사실을 임금께 여쭈어서 선혜청(宣惠廳)에 명령하여 달마다 식량을 대주었다. 그런지 며칠 만에 그로써 내의원(內醫院) 의녀(醫女)를 삼아서 모든 의녀의 반수(班首)에 두었다. 만덕은 이전에 있던 사례에 의하여 궁궐 안에 있는 문 안에 들어가 문안을 드렸다. 왕비와 궁에서 각기 여시(女侍)로 하여금 말씀을 내렸다.
“네, 한 개 여자로서 의기(義氣)를 내어서 주린 백성 천여 명을 구제했으니 갸륵한 일이로다.”
그리고 상사(賞賜)한 것이 많았다. 그런지 반 년만인 정사년(丁巳年) 삼월에 금강산에 들어가 만폭동(萬瀑洞)・중향성(衆香城)의 기이한 경치를 다 구경하였다. 금불(金佛)을 만나서는 반드시 절하고 공양 드려 그 정성을 극진히 했다. 이는 대체로 불법이 탐라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까닭에 만덕이 나이가 쉰여덟이었으나 이제 처음 절과 부처를 구경했던 것이다.
그는 마침내 안문령(雁門嶺)를 넘어서 유점사(楡岾寺)를 거쳐 고성(高城)으로 내려가 삼일포(三日浦)에서 배를 타고 통천(通川) 총석정(叢石亭)에 올라 천하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구경을 한 뒤로 서울로 다시금 돌아와서 며칠을 머무르고 장차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내원(內院)에 들어가서 물러감을 고했다. 왕비와 궁에서 각기 앞서와 같이 상을 내렸다.
이때엔 만덕의 이름이 서울 안에 가득하여 공경대부(公卿大夫)와 사(士) 모두 한번 만덕의 얼굴보기를 원하지 않는 자 없었다. 만덕이 떠날 때에 채상국을 보고 목메인 소리로, “이승에선 다시금 대감의 얼굴을 뵈올 수 없겠습니다.” 하고 이내 산연(潸然)히 눈물을 흘렸다.
채상국은 “옛날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는 모두들 ‘해외에 삼신산(三神山)이 있다’하였고, 또 세상에서 이르기를 우리나라의 한라산은 곧 그들이 이른바 영주산(瀛洲山)이요, 금강산은 곧 그들이 이른바 봉래산(蓬萊山)이 아닌가. 넌 이미 탐라에 자라나서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白鹿潭)의 물을 떠내고, 이제 또 금강산을 두루 구경하였으니, 이는 삼신산 중에서 그 둘은 벌써 너에게 점령되었지 않은가. 온 천하 수많은 사내 중에서 이런 복을 누린 자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하직을 당해서 도리어 아녀자의 가련한 태도를 짓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하고 위안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일을 서술하여 만덕전(萬德傳)을 써서 한 번 웃으며 그에게 주었다. 『번암집(樊巖集)』

만덕이 서울에 왔을 때 기생 홍도(紅桃)가 다음과 같이 시를 주었다
여의(女醫) 행수(行首) 탐라 기녀가
만 리 물결에 바람 두려워하지 않았네.
또 금강산 깊은 곳 향해 가니
향기로운 이름 교방(敎坊)에 남으리.
『범곡기문(凡谷記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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