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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을 이야기 한 사람들

이면승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이면승 李勉昇 1766년(영조 42)~1835년(헌종 1)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자는 계래(季來), 시호는 문헌(文獻)이다. 1794년(정조 18) 진사로서 정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1798년 홍문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사헌부 지평이 되어 1803년 형옥(刑獄)을 비롯한 행정 기강의 해이를 지적하고, 이것이 국체를 훼손하고 백성의 불안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 역설하였다. 순조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각 부(府)·조(曹)의 업무 수행을 엄격히 하는 조처가 취해졌다. 1808년 전라도 암행어사가 되어 환곡·민고(民庫: 관청의 임시비를 위한 돈·곡식을 저장한 창고)·군정(軍政) 수취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결과 전라도 지역의 환곡에 대한 시정 조치가 내려지도록 했다. 그 후 우부승지로 일하다가 1811년 곡산민란을 수습하기 위해 안핵사(安覈使)로 파견되었다. 1815년 황해도 관찰사로 임명되어 연안·토산(兔山) 등지의 호구(戶口)와 전결(田結) 상황을 조사하고,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세정을 주장해 백성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1822년에 환곡과 지방의 과거 등 15개 항의 민폐 및 제도모순에 대해 중앙에 건의하였다. 순조 시대에 세역제도(稅役制度)의 문란과 각종 재해로 곤궁을 겪고 있는 민중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당시의 국가 행정과 민중 생활을 기본적으로 규정짓던 세역 문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한 관료였다. 『감은편(感恩編)』권3 만덕전(萬德傳) 만덕(萬德)이라고 하는 사람은 탐라(耽羅)의 기생으로서 성은 김 씨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사(公私)간에 천한 사람은 성씨도 쓰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냥 만덕이라는 이름만 불렀다. 본래는 양가집의 딸이었으나 십여 세가 되었을 때 부모를 여의고 창가(娼家)에 고용되었다. 자색(姿色)이 있어 부(府)에 속한 기생으로 뽑혔고 기예(技藝)를 배울 때 무엇이나 다 잘했다. 또한 성격이 활달하여 장한 기상이 있었다. 배를 만들고 다스리는 일에 능통하여 다른 곳의 쌀과 양곡을 사다가 점포를 차려 놓고 판매를 한 덕에 삿갓과 말갈기(騣)가 쌓여 돈이 많았고 풍족하였다. 을묘년(乙卯年)에 섬에 심각한 흉년이 닥쳐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이자 임금님이 그들을 가엾게 여겨 내탕전(內帑錢)의 돈을 풀어 연해(沿海)에서 쌀을 사다가 구제해 주었다. 이에 만덕이 탄식하여 하는 말이, “이 세상사람 모두가 다 나의 동포이거늘 하물며 한 섬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랴? 또한 재물이란 몸밖의 물건이라 벌 때와 쓸 때를 알아야 하거늘 내 어찌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守錢虜)가 되어 내 눈앞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고 구제하지 않겠는가?”라고 하면서 돈을 풀어 쌀을 사다가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렸다. 관원이 이 일을 상소하자 임금님께서 그 공덕을 치하하시고 부역을 면제하라 명하시니 그녀는 분에 넘치는 일이라 사양하고, 상을 내리려 해도 사양하는 바람에 혹시 무슨 특별한 요구라도 있나 하여 그녀가 굳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하도록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첩의 몸이 비록 천하지만 역시 우리 임금님의 적자(赤子)이옵니다. 적자로서 부모님의 용안(龍顔)을 뵙지 않아서야 될 일이옵니까? 중국 사람이 시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고려 땅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 번 구경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라고 할 만큼 금강산의 절경이 천하에 그 명성을 떨쳤습니다. 제가 행복하게도 이 나라에 태어나서 나이가 쉰하고 여덟 살을 더 먹은 늙은이가 마지막까지 금강산 구경을 못해보고 죽었다면 중국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서울에 있는 궁궐들의 장엄한 모습을 구경하고 새의 깃과 짐승들의 꼬리로 장식한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본 다음 동쪽으로 일 만 이천 봉을 두루 밟아보고 고향으로 돌아가 동네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낼 수 있다면 첩의 소원은 풀릴 것이옵니다.”라고 하였다. 나라의 법에 탐라의 여인들은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이것은 마치 암말을 가둬 놓고 못나가게 하는 것과도 같았다. 만덕의 이 소원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해도 감히 마음대로 행할 수 없었다. 임금께서 그 말을 기특하게 여기시어 그녀의 소원을 허락하셨다. 이에 말린 양식을 마련하고 말도 갖추고 시종도 딸려서 바다를 건너게 했다. 북쪽으로 유람을 하는 도중 서울에 이르러서는 관저(官邸)에 묵었는데 재상같은 대신들이 임금의 뜻에 따라 진휼청(賑恤廳)에 명하여 쌀과 돈을 넉넉히 주어 그녀로 하여금 궁색함이 없도록 잘 우대해 주었으며 그녀가 다녀 갈 연도(沿道)의 관아에서는 말을 대주고 식량을 공급하도록 했으며, 또한 특별히 여의수(女醫首)를 삼아 차비문(差備門)에 대령케 하였다. 기생으로 뽑힌 자 가운데서 영화를 누렸거나 자질이 뛰어난 자 외에도 사씨(史氏)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녀들 중 한 가지가 빼어나 이름을 날린 자가 많다. 술 잘 마시기로는 단산(丹山)의 두향(杜香)이 있고, 시 잘 짓기로는 함관(咸關)의 가련(可憐)과 밀양(密陽)의 운심(雲心)이 있고, 칼춤으로는 장성(長城)의 노아(蘆兒)가 있고, 노래로는 연(然)이라고 하는 자가 있으나 모두 다 여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이렇다할만한 인물이 있는가? 하지만 유독 진양(晉陽)의 논개(論介) 만큼은 왜놈의 우두머리가 하도 꼴사납게 놀자 거짓으로 순응하는 척하여 그자의 환심을 사고, 또한 그자와 같이 춤을 추다가 몸을 허공으로 날리면서 왜놈을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으니 그 절개와 의지가 밝게 빛나기에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만덕과 같은 여인은 태평세대에 태어났으므로 그 기개와 의지를 펼 데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뜻을 감안하면 험난한 삶에서도 어디에 구애됨이 없이 오히려 지분(脂粉)의 따분한 모습을 말끔히 씻어버렸으니 논개와 처지를 바꾸어 놓는다 해도 그 아름다움에 아무런 손색이 없지 않을까? 재산을 풀어 백성들을 구제함이 유응지(劉凝之)가 돈을 흩뜨릴 때와도 같았고, 바다를 건너 서울을 마음껏 구경했으니 소자유(蘇子由)의 유람과 같다. 이어서 봉래(蓬萊)로 들어가 사영운(謝靈運)처럼 명산을 올랐으니 일개 천한 기생으로서 세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다 한 몸에 지녔기에 이 어찌 옛사람들이 숭상하던 이른바 여협(女俠)이 아니리오? 위대하도다. ▷원문보러가기(원문 이미지-001책 0093면)

이면승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이면승 李勉昇
1766년(영조 42)~1835년(헌종 1)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자는 계래(季來), 시호는 문헌(文獻)이다.

1794년(정조 18) 진사로서 정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1798년 홍문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사헌부 지평이 되어 1803년 형옥(刑獄)을 비롯한 행정 기강의 해이를 지적하고, 이것이 국체를 훼손하고 백성의 불안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 역설하였다. 순조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각 부(府)·조(曹)의 업무 수행을 엄격히 하는 조처가 취해졌다.

1808년 전라도 암행어사가 되어 환곡·민고(民庫: 관청의 임시비를 위한 돈·곡식을 저장한 창고)·군정(軍政) 수취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결과 전라도 지역의 환곡에 대한 시정 조치가 내려지도록 했다. 그 후 우부승지로 일하다가 1811년 곡산민란을 수습하기 위해 안핵사(安覈使)로 파견되었다.

1815년 황해도 관찰사로 임명되어 연안·토산(兔山) 등지의 호구(戶口)와 전결(田結) 상황을 조사하고,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세정을 주장해 백성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1822년에 환곡과 지방의 과거 등 15개 항의 민폐 및 제도모순에 대해 중앙에 건의하였다.

순조 시대에 세역제도(稅役制度)의 문란과 각종 재해로 곤궁을 겪고 있는 민중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당시의 국가 행정과 민중 생활을 기본적으로 규정짓던 세역 문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한 관료였다.

『감은편(感恩編)』권3
만덕전(萬德傳)

만덕(萬德)이라고 하는 사람은 탐라(耽羅)의 기생으로서 성은 김 씨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사(公私)간에 천한 사람은 성씨도 쓰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냥 만덕이라는 이름만 불렀다. 본래는 양가집의 딸이었으나 십여 세가 되었을 때 부모를 여의고 창가(娼家)에 고용되었다. 자색(姿色)이 있어 부(府)에 속한 기생으로 뽑혔고 기예(技藝)를 배울 때 무엇이나 다 잘했다. 또한 성격이 활달하여 장한 기상이 있었다. 배를 만들고 다스리는 일에 능통하여 다른 곳의 쌀과 양곡을 사다가 점포를 차려 놓고 판매를 한 덕에 삿갓과 말갈기(騣)가 쌓여 돈이 많았고 풍족하였다.
을묘년(乙卯年)에 섬에 심각한 흉년이 닥쳐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이자 임금님이 그들을 가엾게 여겨 내탕전(內帑錢)의 돈을 풀어 연해(沿海)에서 쌀을 사다가 구제해 주었다. 이에 만덕이 탄식하여 하는 말이, “이 세상사람 모두가 다 나의 동포이거늘 하물며 한 섬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랴? 또한 재물이란 몸밖의 물건이라 벌 때와 쓸 때를 알아야 하거늘 내 어찌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守錢虜)가 되어 내 눈앞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고 구제하지 않겠는가?”라고 하면서 돈을 풀어 쌀을 사다가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렸다. 관원이 이 일을 상소하자 임금님께서 그 공덕을 치하하시고 부역을 면제하라 명하시니 그녀는 분에 넘치는 일이라 사양하고, 상을 내리려 해도 사양하는 바람에 혹시 무슨 특별한 요구라도 있나 하여 그녀가 굳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하도록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첩의 몸이 비록 천하지만 역시 우리 임금님의 적자(赤子)이옵니다. 적자로서 부모님의 용안(龍顔)을 뵙지 않아서야 될 일이옵니까? 중국 사람이 시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고려 땅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 번 구경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라고 할 만큼 금강산의 절경이 천하에 그 명성을 떨쳤습니다. 제가 행복하게도 이 나라에 태어나서 나이가 쉰하고 여덟 살을 더 먹은 늙은이가 마지막까지 금강산 구경을 못해보고 죽었다면 중국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서울에 있는 궁궐들의 장엄한 모습을 구경하고 새의 깃과 짐승들의 꼬리로 장식한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본 다음 동쪽으로 일 만 이천 봉을 두루 밟아보고 고향으로 돌아가 동네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낼 수 있다면 첩의 소원은 풀릴 것이옵니다.”라고 하였다. 나라의 법에 탐라의 여인들은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이것은 마치 암말을 가둬 놓고 못나가게 하는 것과도 같았다. 만덕의 이 소원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해도 감히 마음대로 행할 수 없었다. 임금께서 그 말을 기특하게 여기시어 그녀의 소원을 허락하셨다.
이에 말린 양식을 마련하고 말도 갖추고 시종도 딸려서 바다를 건너게 했다. 북쪽으로 유람을 하는 도중 서울에 이르러서는 관저(官邸)에 묵었는데 재상같은 대신들이 임금의 뜻에 따라 진휼청(賑恤廳)에 명하여 쌀과 돈을 넉넉히 주어 그녀로 하여금 궁색함이 없도록 잘 우대해 주었으며 그녀가 다녀 갈 연도(沿道)의 관아에서는 말을 대주고 식량을 공급하도록 했으며, 또한 특별히 여의수(女醫首)를 삼아 차비문(差備門)에 대령케 하였다.
기생으로 뽑힌 자 가운데서 영화를 누렸거나 자질이 뛰어난 자 외에도 사씨(史氏)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녀들 중 한 가지가 빼어나 이름을 날린 자가 많다. 술 잘 마시기로는 단산(丹山)의 두향(杜香)이 있고, 시 잘 짓기로는 함관(咸關)의 가련(可憐)과 밀양(密陽)의 운심(雲心)이 있고, 칼춤으로는 장성(長城)의 노아(蘆兒)가 있고, 노래로는 연(然)이라고 하는 자가 있으나 모두 다 여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이렇다할만한 인물이 있는가? 하지만 유독 진양(晉陽)의 논개(論介) 만큼은 왜놈의 우두머리가 하도 꼴사납게 놀자 거짓으로 순응하는 척하여 그자의 환심을 사고, 또한 그자와 같이 춤을 추다가 몸을 허공으로 날리면서 왜놈을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으니 그 절개와 의지가 밝게 빛나기에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만덕과 같은 여인은 태평세대에 태어났으므로 그 기개와 의지를 펼 데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뜻을 감안하면 험난한 삶에서도 어디에 구애됨이 없이 오히려 지분(脂粉)의 따분한 모습을 말끔히 씻어버렸으니 논개와 처지를 바꾸어 놓는다 해도 그 아름다움에 아무런 손색이 없지 않을까? 재산을 풀어 백성들을 구제함이 유응지(劉凝之)가 돈을 흩뜨릴 때와도 같았고, 바다를 건너 서울을 마음껏 구경했으니 소자유(蘇子由)의 유람과 같다. 이어서 봉래(蓬萊)로 들어가 사영운(謝靈運)처럼 명산을 올랐으니 일개 천한 기생으로서 세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다 한 몸에 지녔기에 이 어찌 옛사람들이 숭상하던 이른바 여협(女俠)이 아니리오? 위대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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