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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을 이야기 한 사람들

김희락 2024.02.08작성자 :관리자
김희락 金熙洛 1761년(영조 37)~1803년(순조 3)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의성(義城)이며 자는 숙명(淑明)이다. 1792년(정조 16) 생원시에 합격하고, 몇 달 뒤 도산서원에서 실시된 도산응제(陶山應製)에서 장원했다. 1794년 규장각 초계문신(奎章閣抄啓文臣)으로 뽑혀 같은 집안의 김희주(金熙周)와 함께 궁중을 출입하며 여러 가지 과제(課製)와 사서조대(史書條對)에서 자주 장원을 하였다. 1794년에서 1800년 사이에 삼조(三曹)의 낭관(郎官)과 사헌부 지평· 사간원정언을 지내는 동안 춘추관기사관(春秋館記事官)을 겸임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노모를 봉양하기 위하여 흥양현감(興陽縣監)을 자원하였다. 관직에 있으면서 문장과 학식이 뛰어나 정조로부터 특별한 총애를 받았다. 저서로 『고식(故寔)』 5권 3책이 있다. 『고식(故寔)』 권 4 교지를 받들어 만덕전을 지어올리다(奉敎製進萬德傳) 탐라(耽羅)는 바다의 섬이니 영주(瀛洲)라고도 부른다. 산에는 짐승이 많고 땅에는 풀이 좋아서 그 백성은 크게 번성하고 그 풍속은 남정(男丁) 하나에 여인이 셋 꼴로 많아서 왕왕(往往) 항산(恒山)과 태산(泰山)의 풍모(風貌)가 있다. 갑인년(甲寅年)에 크게 흉년이 들자 조정에서는 배로 곡식을 보내어 먹여 주었는데, 이듬해인 을묘년(乙卯年)에 또 기근(饑饉)이 드니 왕께서는 내탕전(內帑錢) 일만 냥(一萬兩)을 내어, 호남의 곡식을 사고 영남의 쌀을 전운(轉運)하라고 목사(牧使)와 방백(方伯)에게 신칙(申飭)하며 명하셨다. 송(宋)나라 조정의 고사(故事)를 원용하여 문첩(文牒)을 주고 조곡(租穀)을 거두어 2, 3만 곡(斛)을 얻었다. 탐라 사람으로 명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넉넉하지 못하여 풀잎의 끝과 나무 열매를 먹었고 한라산(漢拏山)에는 말이 거의 없어졌다. 고을의 기생으로 만덕(萬德)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마을 어느 집에서 났다. 용모는 날리지 못하였고 노래나 춤도 잘 못하였으나 성격은 활달하고 협기(俠氣)가 있었으며, 재물(財物)은 촉(蜀)나라 청(淸)에게 비교되었다. 한숨을 쉬며 말하기를, “탐라는 서울에서의 거리가 백사(百舍)이며, 바다에 둘러싸여 해마다 흉년이 드니 백성들이 죽게 되었다. 성상(聖上)께서 자리에 편하게 앉지도 못하시고 근심을 많이 하시는데, 내가 비록 천(賤)하나 그래도 조화옹(造化翁)이 만든 물건이니 임금님 땅에 살며, 임금님 땅에서 먹으니, 내가 외로운 섬 백성들을 먹이지 아니하면, 자손에 대한 대책이 없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600곡(斛)을 내어서 진휼(賑恤)하니 탐라의 백성들이 10일을 연명(延命)할 수 있었다. 왕이 가상히 여기시고 소원을 들어 주시겠다고 하시니, 만덕이 말하기를,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니, 관대하게 부역을 면해주시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요, 상을 받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성은(聖恩)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한다면, 방기(邦畿) 천리의 문물도회(文物都會)와 금강산(金剛山) 일만 이천 봉을 구경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도 이 나라에 나기를 원했습니다. 감히 청하지는 못합니다마는 굳이 바라는 바입니다.” 라고 하였다. 왕께서 이를 허락하시고, 물러서 용안(龍顔)을 뵙도록 하시고, 곧 행수의녀(行首醫女)에 충당하고 금강산에 재송(齎送)하게 하셨다. 규장각(奎章閣)의 글 잘하는 신하에게 명하여 전기(傳記)를 짓도록 하여 이를 호강스럽게 하셨다. 태사공(太史公)이 말하기를, 황승사(黃承事)가 만 곡(斛)을 진휼(賑恤)하여 자부(紫府)의 진인(眞人)이 상좌(上座)에 모셨는데, 만덕은 한 여자로서 만 명의 굶주린 사람을 살리고, 서울구경을 하고, 봉래산(蓬萊山)에 올랐으니, 어찌 여가섭(女迦葉)과 더불어 놀며 중생에게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 사람들이 티끌이 가득한 절구 속에서 싸우며, 작은 이해를 비교하며 머리 하나를 내놓지 못하며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하면서 이 여인을 비웃을 것인가?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급히 달려가는 높은 의기(義氣)는 비록 협사전(俠士傳) 가운데 넣어 둔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원문보러가기(원문이미지-003책 015b면)

김희락

2024.02.08작성자 :관리자

김희락 金熙洛
1761년(영조 37)~1803년(순조 3)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의성(義城)이며 자는 숙명(淑明)이다.

1792년(정조 16) 생원시에 합격하고, 몇 달 뒤 도산서원에서 실시된 도산응제(陶山應製)에서 장원했다. 1794년 규장각 초계문신(奎章閣抄啓文臣)으로 뽑혀 같은 집안의 김희주(金熙周)와 함께 궁중을 출입하며 여러 가지 과제(課製)와 사서조대(史書條對)에서 자주 장원을 하였다.

1794년에서 1800년 사이에 삼조(三曹)의 낭관(郎官)과 사헌부 지평· 사간원정언을 지내는 동안 춘추관기사관(春秋館記事官)을 겸임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노모를 봉양하기 위하여 흥양현감(興陽縣監)을 자원하였다. 관직에 있으면서 문장과 학식이 뛰어나 정조로부터 특별한 총애를 받았다.

저서로 『고식(故寔)』 5권 3책이 있다.

『고식(故寔)』 권 4
교지를 받들어 만덕전을 지어올리다(奉敎製進萬德傳)

탐라(耽羅)는 바다의 섬이니 영주(瀛洲)라고도 부른다. 산에는 짐승이 많고 땅에는 풀이 좋아서 그 백성은 크게 번성하고 그 풍속은 남정(男丁) 하나에 여인이 셋 꼴로 많아서 왕왕(往往) 항산(恒山)과 태산(泰山)의 풍모(風貌)가 있다.
갑인년(甲寅年)에 크게 흉년이 들자 조정에서는 배로 곡식을 보내어 먹여 주었는데, 이듬해인 을묘년(乙卯年)에 또 기근(饑饉)이 드니 왕께서는 내탕전(內帑錢) 일만 냥(一萬兩)을 내어, 호남의 곡식을 사고 영남의 쌀을 전운(轉運)하라고 목사(牧使)와 방백(方伯)에게 신칙(申飭)하며 명하셨다. 송(宋)나라 조정의 고사(故事)를 원용하여 문첩(文牒)을 주고 조곡(租穀)을 거두어 2, 3만 곡(斛)을 얻었다. 탐라 사람으로 명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넉넉하지 못하여 풀잎의 끝과 나무 열매를 먹었고 한라산(漢拏山)에는 말이 거의 없어졌다.
고을의 기생으로 만덕(萬德)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마을 어느 집에서 났다. 용모는 날리지 못하였고 노래나 춤도 잘 못하였으나 성격은 활달하고 협기(俠氣)가 있었으며, 재물(財物)은 촉(蜀)나라 청(淸)에게 비교되었다. 한숨을 쉬며 말하기를, “탐라는 서울에서의 거리가 백사(百舍)이며, 바다에 둘러싸여 해마다 흉년이 드니 백성들이 죽게 되었다. 성상(聖上)께서 자리에 편하게 앉지도 못하시고 근심을 많이 하시는데, 내가 비록 천(賤)하나 그래도 조화옹(造化翁)이 만든 물건이니 임금님 땅에 살며, 임금님 땅에서 먹으니, 내가 외로운 섬 백성들을 먹이지 아니하면, 자손에 대한 대책이 없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600곡(斛)을 내어서 진휼(賑恤)하니 탐라의 백성들이 10일을 연명(延命)할 수 있었다. 왕이 가상히 여기시고 소원을 들어 주시겠다고 하시니, 만덕이 말하기를,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니, 관대하게 부역을 면해주시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요, 상을 받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성은(聖恩)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한다면, 방기(邦畿) 천리의 문물도회(文物都會)와 금강산(金剛山) 일만 이천 봉을 구경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도 이 나라에 나기를 원했습니다. 감히 청하지는 못합니다마는 굳이 바라는 바입니다.” 라고 하였다.
왕께서 이를 허락하시고, 물러서 용안(龍顔)을 뵙도록 하시고, 곧 행수의녀(行首醫女)에 충당하고 금강산에 재송(齎送)하게 하셨다. 규장각(奎章閣)의 글 잘하는 신하에게 명하여 전기(傳記)를 짓도록 하여 이를 호강스럽게 하셨다.
태사공(太史公)이 말하기를, 황승사(黃承事)가 만 곡(斛)을 진휼(賑恤)하여 자부(紫府)의 진인(眞人)이 상좌(上座)에 모셨는데, 만덕은 한 여자로서 만 명의 굶주린 사람을 살리고, 서울구경을 하고, 봉래산(蓬萊山)에 올랐으니, 어찌 여가섭(女迦葉)과 더불어 놀며 중생에게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 사람들이 티끌이 가득한 절구 속에서 싸우며, 작은 이해를 비교하며 머리 하나를 내놓지 못하며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하면서 이 여인을 비웃을 것인가?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급히 달려가는 높은 의기(義氣)는 비록 협사전(俠士傳) 가운데 넣어 둔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원문보러가기(원문이미지-003책 015b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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