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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을 이야기 한 사람들

이희발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이희발 李羲發 1768년(영조 44)~1849년(헌종 15)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영천(永川)이며 자는 우문(又文), 호는 운곡(雲谷), 시호는 희정(僖靖)이다. 1795년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뒤 규장각의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발탁되었다. 그 후 승진하여 순조 때에는 대사간을 지내고 헌종 초기에는 승지가 되었다. 특히, 1847년에는 병조참판으로 있으면서 국방 태세를 확립하여 외침에 대비하였다. 또한, 아랫사람의 뜻이 임금에게 잘 전달되도록 주선하는 것과 근검절약하기를 힘쓰도록 주장하였다. 그 후에는 승진하여 지중추부사를 거쳐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갔다. 기로소는 정2품 판서급으로 70세 이상 된 문신이어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임금 또한 기로소에 들어갈 수 있어 조정 관청 서열에서 기로소는 으뜸을 차지했다. 이후 형조판서가 되었으나 곧 병으로 그만두었다. 『운곡선생문집(雲谷先生文集)』 권 8 만덕전(萬德傳) 아래는 규장각(奎章閣)에서 강제(講製)할 때 교지(敎旨)를 받들어 지어 올린 것이다. 내가 방장산(지리산)에 올라 동남쪽의 큰 바다를 굽어보니, 그 가운데 탐라도(耽羅島)가 있다고 한다. 섬의 땅은 그 둘레가 8백 리이니, 자연이 융결(融結)한 곳이요, 정독(亭毒)하여 종륙(鍾毓)한 것이다. 때때로 물화(物華)와 인령(人靈)이 많으니 그 토지는 메마르고, 그 백성은 오래 살고, 그곳에서는 귤과 유자가 많이 나고, 좋은 말이 생산되니, 풍속과 관습은 의연하게 넓고 큰 기상이 있다. 만덕(萬德)이라는 자가 있으니, 고을의 기생인데 나는 그 성씨(姓氏)를 잘 모르나 대개 이는 삼을나(三乙那)의 유손(遺孫)일 것이다. 용모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고, 성품이 가무(歌舞)를 좋아하지 않고, 홍불(紅拂)과 같이 아름답고 요야(妖冶)한 작태(作態)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에 촉(蜀)의 과부 청(淸)과도 비교할 만큼 의로운 일에 급히 나서고 베풀기를 좋아하였으니, 옛날의 소위(所謂) 여협(女俠)이라는 자와 같은 부류가 아니겠는가? 지난 알봉(閼逢)과 전몽(旃蒙)의 해에, 고을에 큰 기근이 드니, 상(上)께서 말씀하시기를, “아아, 곧 대농(大農)에게 명하여 내탕전(內帑錢)을 내어서 목사(牧使)와 방백(方伯)에게 명하여 호남과 영남의 속선(粟船)을 전운(轉運)하여 싣고 가서 먹이도록 하라.”라고 하셨다. 이에 탐라 사람들은 주린 자는 배부르고 병든 자는 낫게 되었는데, 맹렬한 폭풍과 거센 파도 때문에 더러는 창고에 이어 대는 것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만덕이 슬퍼하며 말하기를, “백성들이 바야흐로 봇도랑과 골짜기에 처박혀 죽게 되었는데, 나라에서 부지런히 구휼(救恤)하시는 것이 이와 같으니, 내가 감히 가지고 있는 것을 바닥내지 않을까보냐? 우리 굶주린 인구를 구제하여, 우러러 임금님 뜻의 만분의 일이라도 분담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곧 저축하였던 600곡(斛)을 내놓아, 진휼(賑恤)하여 온 고을의 백성 열흘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고을에서 사실을 보고하니, 상(上)께서 이를 가상하다 하시고 고을에 명을 내리시어 그 공(功)에 대하여 소원대로 상을 주라고 하셨다. 만덕은 고개를 숙이고 사양하여 말하기를, “부역(賦役)을 덜어 주시는 것도 원치 않사오며, 상을 받는 것도 원치 않사옵니다. 저는 천인이며, 해도(海島)에 태어나서, 왕도(王都)의 궁궐이 얼마나 굉장한지 성곽 안의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를 보지 못하였고, 또 들으니 금강산(金剛山)은 명승으로 천하에 제일이라 신선들이 살며, 중국 사람들도 보기를 소원한다고 하니, 이 몸이 상경하여 유람하고, 발이 명승지를 밟아 보는 것이 저의 오랜 소원입니다.”라고 하니, 임금이 이를 허락하라고 명하셨다. 이해 겨울 11월에 만덕이 바다를 건너 서울에 오니, 상(上)께서 매우 칭찬하시고 행수의녀(行首醫女)에 충당하시고 이어 명년(明年) 봄의 멋진 유람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진휼청(賑恤廳)의 돈과 쌀을 주고, 연로(沿路)에 신칙(申飭)하여 필요한 양식을 주라고 명하시고, 또 신(臣) 등에게 명하시어 전기(傳記) 가운데 넣어 후인들에게 보이라고 하셨으니, 대개 특별한 은전(恩典)이었다. 대개 베풀기를 좋아하고 궁핍한 백성을 구제하는 것은 남자도 어려운 일이며, 명승을 멋지게 관람하는 것도 또한 현달(賢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은 것인데, 범씨(范氏)의 맥주(麥舟), 황공(黃公)의 조미(糶米), 용문(龍門)의 명산대천(名山大川), 영빈(潁濱)의 황하(黃河)・숭악(嵩嶽)은 천고(千古)에 듣기 어려운 것인데, 만덕은 해도(海島)의 창기(倡妓)라는 천한 신분으로 능히 이것을 겸하여 가졌으니, 모르거니와 태사씨(太史氏)의 열전(列傳)에도 이러한 것이 있는가 없는가? 이는 전기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드디어 이 전기를 지었다.

이희발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이희발 李羲發
1768년(영조 44)~1849년(헌종 15)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영천(永川)이며 자는 우문(又文), 호는 운곡(雲谷), 시호는 희정(僖靖)이다.

1795년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뒤 규장각의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발탁되었다. 그 후 승진하여 순조 때에는 대사간을 지내고 헌종 초기에는 승지가 되었다. 특히, 1847년에는 병조참판으로 있으면서 국방 태세를 확립하여 외침에 대비하였다. 또한, 아랫사람의 뜻이 임금에게 잘 전달되도록 주선하는 것과 근검절약하기를 힘쓰도록 주장하였다. 그 후에는 승진하여 지중추부사를 거쳐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갔다. 기로소는 정2품 판서급으로 70세 이상 된 문신이어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임금 또한 기로소에 들어갈 수 있어 조정 관청 서열에서 기로소는 으뜸을 차지했다. 이후 형조판서가 되었으나 곧 병으로 그만두었다.

『운곡선생문집(雲谷先生文集)』 권 8
만덕전(萬德傳)

아래는 규장각(奎章閣)에서 강제(講製)할 때 교지(敎旨)를 받들어 지어 올린 것이다.
내가 방장산(지리산)에 올라 동남쪽의 큰 바다를 굽어보니, 그 가운데 탐라도(耽羅島)가 있다고 한다. 섬의 땅은 그 둘레가 8백 리이니, 자연이 융결(融結)한 곳이요, 정독(亭毒)하여 종륙(鍾毓)한 것이다.
때때로 물화(物華)와 인령(人靈)이 많으니 그 토지는 메마르고, 그 백성은 오래 살고, 그곳에서는 귤과 유자가 많이 나고, 좋은 말이 생산되니, 풍속과 관습은 의연하게 넓고 큰 기상이 있다.

만덕(萬德)이라는 자가 있으니, 고을의 기생인데 나는 그 성씨(姓氏)를 잘 모르나 대개 이는 삼을나(三乙那)의 유손(遺孫)일 것이다. 용모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고, 성품이 가무(歌舞)를 좋아하지 않고, 홍불(紅拂)과 같이 아름답고 요야(妖冶)한 작태(作態)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에 촉(蜀)의 과부 청(淸)과도 비교할 만큼 의로운 일에 급히 나서고 베풀기를 좋아하였으니, 옛날의 소위(所謂) 여협(女俠)이라는 자와 같은 부류가 아니겠는가?
지난 알봉(閼逢)과 전몽(旃蒙)의 해에, 고을에 큰 기근이 드니, 상(上)께서 말씀하시기를, “아아, 곧 대농(大農)에게 명하여 내탕전(內帑錢)을 내어서 목사(牧使)와 방백(方伯)에게 명하여 호남과 영남의 속선(粟船)을 전운(轉運)하여 싣고 가서 먹이도록 하라.”라고 하셨다. 이에 탐라 사람들은 주린 자는 배부르고 병든 자는 낫게 되었는데, 맹렬한 폭풍과 거센 파도 때문에 더러는 창고에 이어 대는 것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만덕이 슬퍼하며 말하기를, “백성들이 바야흐로 봇도랑과 골짜기에 처박혀 죽게 되었는데, 나라에서 부지런히 구휼(救恤)하시는 것이 이와 같으니, 내가 감히 가지고 있는 것을 바닥내지 않을까보냐? 우리 굶주린 인구를 구제하여, 우러러 임금님 뜻의 만분의 일이라도 분담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곧 저축하였던 600곡(斛)을 내놓아, 진휼(賑恤)하여 온 고을의 백성 열흘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고을에서 사실을 보고하니, 상(上)께서 이를 가상하다 하시고 고을에 명을 내리시어 그 공(功)에 대하여 소원대로 상을 주라고 하셨다. 만덕은 고개를 숙이고 사양하여 말하기를, “부역(賦役)을 덜어 주시는 것도 원치 않사오며, 상을 받는 것도 원치 않사옵니다. 저는 천인이며, 해도(海島)에 태어나서, 왕도(王都)의 궁궐이 얼마나 굉장한지 성곽 안의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를 보지 못하였고, 또 들으니 금강산(金剛山)은 명승으로 천하에 제일이라 신선들이 살며, 중국 사람들도 보기를 소원한다고 하니, 이 몸이 상경하여 유람하고, 발이 명승지를 밟아 보는 것이 저의 오랜 소원입니다.”라고 하니, 임금이 이를 허락하라고 명하셨다.
이해 겨울 11월에 만덕이 바다를 건너 서울에 오니, 상(上)께서 매우 칭찬하시고 행수의녀(行首醫女)에 충당하시고 이어 명년(明年) 봄의 멋진 유람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진휼청(賑恤廳)의 돈과 쌀을 주고, 연로(沿路)에 신칙(申飭)하여 필요한 양식을 주라고 명하시고, 또 신(臣) 등에게 명하시어 전기(傳記) 가운데 넣어 후인들에게 보이라고 하셨으니, 대개 특별한 은전(恩典)이었다.
대개 베풀기를 좋아하고 궁핍한 백성을 구제하는 것은 남자도 어려운 일이며, 명승을 멋지게 관람하는 것도 또한 현달(賢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은 것인데, 범씨(范氏)의 맥주(麥舟), 황공(黃公)의 조미(糶米), 용문(龍門)의 명산대천(名山大川), 영빈(潁濱)의 황하(黃河)・숭악(嵩嶽)은 천고(千古)에 듣기 어려운 것인데, 만덕은 해도(海島)의 창기(倡妓)라는 천한 신분으로 능히 이것을 겸하여 가졌으니, 모르거니와 태사씨(太史氏)의 열전(列傳)에도 이러한 것이 있는가 없는가? 이는 전기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드디어 이 전기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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