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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을 이야기 한 사람들

이재채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이재채(李載采) 자는 채부(采夫)이고, 호는 오원(五園)이다. 염계(剡溪)이잠(李潛)의 증손이고, 정산(貞山) 이병휴(李秉休)의 손자이며, 이명환(李鳴煥)의 아들이다. 그이 문집인『오원집(五遠集)』에 실린 글을 통해서 보면 그가 대체로 정조・순조 연간에 활동했으며, 그가 학생을 가르치던 숙사(塾師)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원집(五園集)』 만덕전 만덕(萬德)은 전라도 제주목(濟州牧)의 과부이다. 머나먼 남해에 있는 제주는 옛날의 탐라국(耽羅國)이다. 정조 갑인년(甲寅年)과 을묘년(乙卯年)에 크게 흉년이 들었다. 제주도에도 거듭 기근이 들어 조정에서 배로 곡식을 실어다가 구휼하였지만, 굶어 죽는 시체가 이어졌다. 만덕은 수백섬의 곡식을 저축하였는데, 이때 곡식을 풀어서 구휼하여 목숨을 구한 사람이 매우 많았다. 이 일이 조정에까지 알려져 조정에서 탐라 목사에게 만덕의 소원을 묻게 하였다. 만덕은, “다른 소원은 없지만, 한 번 궁궐에 가서 임금님의 용안을 우러러 뵙고, 금강산에 들어가 비로봉(毗盧峯) 정상에 올라 일만 이천 봉을 모두 구경한 뒤에 돌아오는 것입니다.” 하자, 임금께서 이를 기특하게 여겼다. 병진년(丙辰年) 가을 만덕에게 역마를 타고 올라오게 하여 대궐에 와서 내의원(內醫院)에서 하교를 기다리게 하였는데, 소관(小官)으로 대접 하였다. 이듬해 정사년(丁巳年) 봄에 음식과 역마를 제공하여 금강산을 유람하고 몇 달 후에 서울로 돌아왔다. 이로 인해 만덕의 이름이 사방에 알려지게 되었다. 만덕이 이윽고 제주로 돌아가겠다고 청하니, 또 역마를 타고 내려가 제주로 돌아가게 하였다. 처음 만덕이 서울에 왔을 적에 윤상국(尹相國)의 소부(小婦)가 사는 처소에서 묵었다. 한 달쯤 지나 만덕이 돈 천오백을 싸들고 가서 소부에게 감사의 마음이나마 전하려고 하였다. “이제 거처를 정했습니다. 댁에서 고맙게도 오랫동안 편안히 머물렀기에 성의나마 표하려고 합니다.” “내가 보답을 바라서 대접했겠나?” 소부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니, 만덕이 그냥 돈을 싸 가지고 갔다. 며칠 뒤에 만덕이 길을 지나다가 소부에게 들러 문안인사를 하자, 소부가 조용히 만덕에게 말하였다. “우리 집 노복들이 ‘만덕이 돈을 싸들고 왔는데 아씨께서 사양하였다고 하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들과 온종일 즐기며 돈을 다 써버려야 하잖아. 누가 만덕을 여자 의협(義俠)이라 하는가?’ 하였네.” “재물을 잘 쓰는 자는 밥 한 그릇으로도 굶주린 사람의 인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은 흙과 같지요. 더구나 돈 천여 꿰미가 밥 한 그릇에 비길 바이겠습니까.” 서울의 악소(惡少)중에 만덕이 재물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접근하려는 자가 있었다. 만덕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내 나이 쉰 살이다. 저들은 내 얼굴을 예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물이 탐나서 그런 것이다.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하기에도 부족한데, 어느 겨를에 탕자(蕩子)를 살찌우겠는가.”

이재채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이재채(李載采)
자는 채부(采夫)이고, 호는 오원(五園)이다. 염계(剡溪)이잠(李潛)의 증손이고, 정산(貞山) 이병휴(李秉休)의 손자이며, 이명환(李鳴煥)의 아들이다. 그이 문집인『오원집(五遠集)』에 실린 글을 통해서 보면 그가 대체로 정조・순조 연간에 활동했으며, 그가 학생을 가르치던 숙사(塾師)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원집(五園集)』
만덕전

만덕(萬德)은 전라도 제주목(濟州牧)의 과부이다. 머나먼 남해에 있는 제주는 옛날의 탐라국(耽羅國)이다. 정조 갑인년(甲寅年)과 을묘년(乙卯年)에 크게 흉년이 들었다. 제주도에도 거듭 기근이 들어 조정에서 배로 곡식을 실어다가 구휼하였지만, 굶어 죽는 시체가 이어졌다. 만덕은 수백섬의 곡식을 저축하였는데, 이때 곡식을 풀어서 구휼하여 목숨을 구한 사람이 매우 많았다. 이 일이 조정에까지 알려져 조정에서 탐라 목사에게 만덕의 소원을 묻게 하였다. 만덕은, “다른 소원은 없지만, 한 번 궁궐에 가서 임금님의 용안을 우러러 뵙고, 금강산에 들어가 비로봉(毗盧峯) 정상에 올라 일만 이천 봉을 모두 구경한 뒤에 돌아오는 것입니다.” 하자, 임금께서 이를 기특하게 여겼다.
병진년(丙辰年) 가을 만덕에게 역마를 타고 올라오게 하여 대궐에 와서 내의원(內醫院)에서 하교를 기다리게 하였는데, 소관(小官)으로 대접 하였다. 이듬해 정사년(丁巳年) 봄에 음식과 역마를 제공하여 금강산을 유람하고 몇 달 후에 서울로 돌아왔다. 이로 인해 만덕의 이름이 사방에 알려지게 되었다. 만덕이 이윽고 제주로 돌아가겠다고 청하니, 또 역마를 타고 내려가 제주로 돌아가게 하였다.
처음 만덕이 서울에 왔을 적에 윤상국(尹相國)의 소부(小婦)가 사는 처소에서 묵었다. 한 달쯤 지나 만덕이 돈 천오백을 싸들고 가서 소부에게 감사의 마음이나마 전하려고 하였다.
“이제 거처를 정했습니다. 댁에서 고맙게도 오랫동안 편안히 머물렀기에 성의나마 표하려고 합니다.”
“내가 보답을 바라서 대접했겠나?”
소부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니, 만덕이 그냥 돈을 싸 가지고 갔다. 며칠 뒤에 만덕이 길을 지나다가 소부에게 들러 문안인사를 하자, 소부가 조용히 만덕에게 말하였다.
“우리 집 노복들이 ‘만덕이 돈을 싸들고 왔는데 아씨께서 사양하였다고 하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들과 온종일 즐기며 돈을 다 써버려야 하잖아. 누가 만덕을 여자 의협(義俠)이라 하는가?’ 하였네.”
“재물을 잘 쓰는 자는 밥 한 그릇으로도 굶주린 사람의 인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은 흙과 같지요. 더구나 돈 천여 꿰미가 밥 한 그릇에 비길 바이겠습니까.”
서울의 악소(惡少)중에 만덕이 재물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접근하려는 자가 있었다. 만덕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내 나이 쉰 살이다. 저들은 내 얼굴을 예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물이 탐나서 그런 것이다.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하기에도 부족한데, 어느 겨를에 탕자(蕩子)를 살찌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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