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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을 이야기 한 사람들

승정원일기 2024.02.08작성자 :관리자
정조 20년 11월 24일 ○채제공이 말하길, “탐라의 기녀(김만덕)가 재산을 내놓아 백성을 진휼하였는데, 상을 받기를 원하지 않고 면천(免賤)하기도 원하지 않고 오로지 왕성을 보고 금강산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바, 그 원함에 따르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겨우 서울에 올라왔는데, 마침 심한 추위를 만나 이 집 저 집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만덕이 신을 찾아와서 울며 호소하는데, 그녀가 비록 천류이지만 그 의가 매우 높고 그 정이 매우 측은하므로, 유사(有司)에 분부하여 별도로 돌보아 주게 함이 좋을 듯합니다.” 임금께서 말씀하시길, “탐라사람에 대해서는 조정에서 가엾게 여기는 것이 타도보다 더욱 각별하다. 그녀는 한 천한 기생으로서 의롭게 재물을 내놓아 굶주린 백성을 진휼하는데 힘을 썼으니 매우 가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원 또한 녹록하지 않아 이미 서울에 올라온 후에 어찌 도로에서 지내며 굶주리게 할 수 있겠는가. 비변사로 하여금 다시 그녀에게 물어, 바라는 대로 서울에 머물렀다가 봄이 온 후에 금강산으로 내려 보내 구경할 수 있게 한 다음 양곡과 돈을 지급하여 뱃길로 본향(제주도)에 떠나보냄으로써, (조정에서) 아무런 일도 함이 없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는 짐의 뜻을 보여줄 수 있게끔 하라.” ▷원문보러가기 정조 20년 11월 25일 ○김계락이 진휼청의 말로 아뢰어 말하길, “하교하심에 따라 제주 기생 만덕의 거처에 오늘 한 달간 먹을 양식과 비용으로 쌀 1석과 금전 5냥을 제급(題給)하는 뜻을 감히 아뢰옵니다.” 임금께서 전교하기를, “알았다. 쌓인 재산을 널리 베풀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하고 살린 일이 조정에 알려져, 그녀의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물으니, 상을 받기도 원하지 않고 면천하기고 원하지 않고, 소원은 단지 바다를 건너 서울로 올라가 금강산을 두루 보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심한 추위를 만나 금강산으로 향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비록 천한 신분이나, 의기는 옛날의 열협(烈俠)에 비해 부끄러움이 없다. 봄이 올 때까지 양식을 지급하여라. 곧바로 내의원에 충원시켜 행수의녀로 임명하여 수의에 속하게 하여 각별히 돌보아주고, 금강산을 보고 돌아올 때 연로의 지방관들에게 분부하여 양식과 비용을 우대하여 지급하도록 하라.” ▷원문보러가기 ○이정규가 내의원 도제조와 제조의 뜻을 아뢰어 말하길, “진휼청에서 제주 기생 만덕에게 지금 한 달간 먹을 양식과 비용으로 쌀과 돈을 제급한 일을 초기한 비지(批旨)7) 내에 ‘알았다. 쌓인 재산을 널리 베풀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하고 살린 일이 조정에 알려져, 그녀의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물으니, 상을 받기도 원하지 않고 면천하기고 원하지 않고, 소원은 단지 바다를 건너 서울로 올라가 금강산을 두루 보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심한 추위를 만나 금강산으로 향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비록 천한 신분이나, 의기는 옛날의 열협에 비해 부끄러움이 없다. 봄이 오면 양식을 지급하여라. 곧바로 내의원 차비대령 행수의녀에 충원시켜 수의에 속하게 하여 각별히 돌보아 주고, 금강산을 보고 돌아올 때 연로의 지방관들에게 분부하여 양식과 비용을 우대하여 지급하도록 하라.’는 명이 내려졌습니다. 하교에 의하여 제주의 김만덕을 차비대령 행수의녀를 가설하여 충원 차임케 할 뜻을 감히 아룁니다.” 임금께서 전교하시기를, “알았다.”고 하였다. ▷원문보러가기 정조 20년 11월 28일 만덕전 셋을 임금께 올렸는데, 그 가운데 권지승문원 부정자 서준보(徐俊輔)의 것이다. 정조 19년 갑인년에 탐라에서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음을 보고하여 왔다. 임금께서 명을 내려 창고를 열고 제주에 가서 백성들을 먹이라고 하였다. 이에 국고에서 돈을 내고 연해안 지역에서 곡식을 내니 그 수가 모두 수만이 되었고 구휼선이 바다에 떴다. 향을 내리어 바다에 제사를 지내니 바다의 파도가 일지 아니하여 많은 배들이 평온하게 바다를 건너 오고갔다. 아! 다음해인 을묘년에 또 굶주림을 보고하니, 또 한 번 갑인년의 예보다 더하여 자혜를 베풀었다. 그런데도 섬의 백성들은 모두 북녘을 바라보며 (구휼을 바라는 마음으로) 계수(稽首)하며, 나라가 흉년이든 고통을 알지 못하였다. 당시 만덕이란 자가 있었는데, 제주의 관비였다. 어려서부터 척당(倜儻)하여 장부의 뜻이 있었다. 비록 노닐며 천하게 몸을 파는 여자라고하나 몸가짐과 일처리를 함에 왕왕 출입하는 뜻이 있어(명분을 가지고 처신하여) 제주의 관리들도 함부로 업신여기지 못하였다. 재산이 넉넉하고 의로움에 돈독하여 사람이 급한 상황에 있으면 천금을 티끌같이 내어놓았다. 항상 작은 섬에 갇혀 있어 그 뛰어남을 펼치지 못함을 한스럽게 여겼다. 당시 제주목사가 관아에 나아가 임금님의 은혜를 선포할 때 만덕은 곁에서 언문으로 읽는 것을 듣고는 한숨을 쉬며 말하길, “바다로 멀리 떨어져 있고 구중(九重)은 깊숙한데, 우리 제주도민을 먹이는 것은 불에 타거나 물에 빠져 죽을 자를 구하는 것과 같이 시급하다. 우리 소인들이 감히 자신의 재물에 애착을 가져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할 것인가.” 드디어 재물을 내어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들을 구휼하니, 전후로 살아난 사람이 수천 명이 되었다. 이 일이 조정에 보고되니 임금님께서 가상히 여겨 제주목사에게 명하여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게 하였다. 만덕은 사양하며 말하길, “이웃마을 사람들을 구휼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인데, 감히 상을 바라겠습니까.” 제주목사가 천역을 면하길 바라는지 묻자, 또한 사양하며 말하길, “천인이 천한 것은 지당할 따름인데 면한들 또한 어찌하겠습니까.” 제주목사가 다시금 소원을 물으므로, 이에 말하길, “계속 말하라 하시면 하나가 있을 따름입니다. 제가 수천 리 떨어진 남쪽바다 바깥에 살고 있으면서 한번 서울의 궁궐에 머물며 서울사람과 선비・여인들과 더불어 우모(羽旄)를 함께 보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나라 동쪽에 개골산(皆骨山)이 있는데, 중국 사람들도 한 번 보는 게 지극한 소원이라고 들었습니다. 탐라는 비록 변방이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시 조선에 속한 지방인지라, 한번 눈여겨 볼 수 없는 것이겠습니까. 이 두 가지 일이 저의 지극한 소원입니다.” 제주목사는 그 실상을 보고하니, 임금님께서는 열협하다고 하여 칭찬하여 말을 지급하고 양식을 갖추어 주었다. (만덕이) 서울에 당도하자 태의원에 명하여 그녀를 여의 가운데 으뜸으로 속하게 하고, 선혜청으로 하여금 한 달간 돈과 쌀을 지급케 하였다. (만덕이 서울에 왔을 때에) 큰 눈이 와서 봄을 기다려 금강산에 갈 수 있도록 기다리게 함으로써, 그 소원을 풀게 하였다. 이에 만덕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 구경하며 그녀를 칭찬하며 말하였다. 진신대부(搢紳大夫)들이 그 일을 기록하고 기이함을 전하니 만덕의 이름이 나라 안에 퍼져나갔다. 아! 재물을 쌓아놓고도 내어놓는 것은 남자라도 하기 힘든 것이고, 공을 세워서 상을 사양함은 사대부들도 판별하지 못하는 일이다. 만덕은 섬 속의 한 여자로서 몸은 관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천하다고들 하여도 이러한 일을 능히 하였으니, 이 어찌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것인가. 또한 하물며 한 번 서울 궁궐을 구경하겠다는 소원은 진실로 병이(秉彛)함에서 나온 것이며, 하늘이 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섬과 육지를 가리지 않고, 귀천의 경계 없이 금강산 유람은 또한 기이하고 장대하다고 할 것이다. 탐라는 세상 사람들이 영주라고들 칭한다. 만물 중에 빼어난 것으로서, 기린, 죽전, 귤과 유자 등의 특산물이 있어 왕의 조정에 진상되는데, 만덕 또한 이러한 빼어난 종류의 인물이 아니겠는가. 일찍이 파촉(巴蜀)의 청(淸)이라는 여인을 들은 바 있는데, 그는 단혈(丹穴)로써 자신의 부를 세대에 걸쳐 전승하여 진시황이 그를 위해 누대를 축조해 칭송했다. 오늘 날 만덕은 파촉의 청과 같은 재물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가의 의리를 겸하였다. 섬 속에서 일어나 이름을 사방에 알렸으니, 태사공으로 하여금 쓰게 한다면, 만덕의 내용은 장차 화식(貨殖)의 열전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열협(烈俠)의 열전에 넣을 것이겠는가.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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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8작성자 :관리자

정조 20년 11월 24일

○채제공이 말하길, “탐라의 기녀(김만덕)가 재산을 내놓아 백성을 진휼하였는데, 상을 받기를 원하지 않고 면천(免賤)하기도 원하지 않고 오로지 왕성을 보고 금강산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바, 그 원함에 따르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겨우 서울에 올라왔는데, 마침 심한 추위를 만나 이 집 저 집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만덕이 신을 찾아와서 울며 호소하는데, 그녀가 비록 천류이지만 그 의가 매우 높고 그 정이 매우 측은하므로, 유사(有司)에 분부하여 별도로 돌보아 주게 함이 좋을 듯합니다.”
임금께서 말씀하시길, “탐라사람에 대해서는 조정에서 가엾게 여기는 것이 타도보다 더욱 각별하다. 그녀는 한 천한 기생으로서 의롭게 재물을 내놓아 굶주린 백성을 진휼하는데 힘을 썼으니 매우 가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원 또한 녹록하지 않아 이미 서울에 올라온 후에 어찌 도로에서 지내며 굶주리게 할 수 있겠는가. 비변사로 하여금 다시 그녀에게 물어, 바라는 대로 서울에 머물렀다가 봄이 온 후에 금강산으로 내려 보내 구경할 수 있게 한 다음 양곡과 돈을 지급하여 뱃길로 본향(제주도)에 떠나보냄으로써, (조정에서) 아무런 일도 함이 없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는 짐의 뜻을 보여줄 수 있게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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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20년 11월 25일

○김계락이 진휼청의 말로 아뢰어 말하길, “하교하심에 따라 제주 기생 만덕의 거처에 오늘 한 달간 먹을 양식과 비용으로 쌀 1석과 금전 5냥을 제급(題給)하는 뜻을 감히 아뢰옵니다.”
임금께서 전교하기를, “알았다. 쌓인 재산을 널리 베풀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하고 살린 일이 조정에 알려져, 그녀의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물으니, 상을 받기도 원하지 않고 면천하기고 원하지 않고, 소원은 단지 바다를 건너 서울로 올라가 금강산을 두루 보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심한 추위를 만나 금강산으로 향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비록 천한 신분이나, 의기는 옛날의 열협(烈俠)에 비해 부끄러움이 없다. 봄이 올 때까지 양식을 지급하여라. 곧바로 내의원에 충원시켜 행수의녀로 임명하여 수의에 속하게 하여 각별히 돌보아주고, 금강산을 보고 돌아올 때 연로의 지방관들에게 분부하여 양식과 비용을 우대하여 지급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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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가 내의원 도제조와 제조의 뜻을 아뢰어 말하길, “진휼청에서 제주 기생 만덕에게 지금 한 달간 먹을 양식과 비용으로 쌀과 돈을 제급한 일을 초기한 비지(批旨)7) 내에 ‘알았다. 쌓인 재산을 널리 베풀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하고 살린 일이 조정에 알려져, 그녀의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물으니, 상을 받기도 원하지 않고 면천하기고 원하지 않고, 소원은 단지 바다를 건너 서울로 올라가 금강산을 두루 보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심한 추위를 만나 금강산으로 향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비록 천한 신분이나, 의기는 옛날의 열협에 비해 부끄러움이 없다. 봄이 오면 양식을 지급하여라. 곧바로 내의원 차비대령 행수의녀에 충원시켜 수의에 속하게 하여 각별히 돌보아 주고, 금강산을 보고 돌아올 때 연로의 지방관들에게 분부하여 양식과 비용을 우대하여 지급하도록 하라.’는 명이 내려졌습니다. 하교에 의하여 제주의 김만덕을 차비대령 행수의녀를 가설하여 충원 차임케 할 뜻을 감히 아룁니다.” 임금께서 전교하시기를, “알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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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20년 11월 28일

만덕전 셋을 임금께 올렸는데, 그 가운데 권지승문원 부정자 서준보(徐俊輔)의 것이다.
정조 19년 갑인년에 탐라에서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음을 보고하여 왔다. 임금께서 명을 내려 창고를 열고 제주에 가서 백성들을 먹이라고 하였다. 이에 국고에서 돈을 내고 연해안 지역에서 곡식을 내니 그 수가 모두 수만이 되었고 구휼선이 바다에 떴다. 향을 내리어 바다에 제사를 지내니 바다의 파도가 일지 아니하여 많은 배들이 평온하게 바다를 건너 오고갔다. 아! 다음해인 을묘년에 또 굶주림을 보고하니, 또 한 번 갑인년의 예보다 더하여 자혜를 베풀었다. 그런데도 섬의 백성들은 모두 북녘을 바라보며 (구휼을 바라는 마음으로) 계수(稽首)하며, 나라가 흉년이든 고통을 알지 못하였다. 당시 만덕이란 자가 있었는데, 제주의 관비였다. 어려서부터 척당(倜儻)하여 장부의 뜻이 있었다.
비록 노닐며 천하게 몸을 파는 여자라고하나 몸가짐과 일처리를 함에 왕왕 출입하는 뜻이 있어(명분을 가지고 처신하여) 제주의 관리들도 함부로 업신여기지 못하였다. 재산이 넉넉하고 의로움에 돈독하여 사람이 급한 상황에 있으면 천금을 티끌같이 내어놓았다. 항상 작은 섬에 갇혀 있어 그 뛰어남을 펼치지 못함을 한스럽게 여겼다.
당시 제주목사가 관아에 나아가 임금님의 은혜를 선포할 때 만덕은 곁에서 언문으로 읽는 것을 듣고는 한숨을 쉬며 말하길, “바다로 멀리 떨어져 있고 구중(九重)은 깊숙한데, 우리 제주도민을 먹이는 것은 불에 타거나 물에 빠져 죽을 자를 구하는 것과 같이 시급하다. 우리 소인들이 감히 자신의 재물에 애착을 가져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할 것인가.” 드디어 재물을 내어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들을 구휼하니, 전후로 살아난 사람이 수천 명이 되었다.
이 일이 조정에 보고되니 임금님께서 가상히 여겨 제주목사에게 명하여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게 하였다. 만덕은 사양하며 말하길, “이웃마을 사람들을 구휼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인데, 감히 상을 바라겠습니까.” 제주목사가 천역을 면하길 바라는지 묻자, 또한 사양하며 말하길, “천인이 천한 것은 지당할 따름인데 면한들 또한 어찌하겠습니까.”
제주목사가 다시금 소원을 물으므로, 이에 말하길, “계속 말하라 하시면 하나가 있을 따름입니다. 제가 수천 리 떨어진 남쪽바다 바깥에 살고 있으면서 한번 서울의 궁궐에 머물며 서울사람과 선비・여인들과 더불어 우모(羽旄)를 함께 보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나라 동쪽에 개골산(皆骨山)이 있는데, 중국 사람들도 한 번 보는 게 지극한 소원이라고 들었습니다. 탐라는 비록 변방이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시 조선에 속한 지방인지라, 한번 눈여겨 볼 수 없는 것이겠습니까. 이 두 가지 일이 저의 지극한 소원입니다.”
제주목사는 그 실상을 보고하니, 임금님께서는 열협하다고 하여 칭찬하여 말을 지급하고 양식을 갖추어 주었다. (만덕이) 서울에 당도하자 태의원에 명하여 그녀를 여의 가운데 으뜸으로 속하게 하고, 선혜청으로 하여금 한 달간 돈과 쌀을 지급케 하였다.
(만덕이 서울에 왔을 때에) 큰 눈이 와서 봄을 기다려 금강산에 갈 수 있도록 기다리게 함으로써, 그 소원을 풀게 하였다. 이에 만덕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 구경하며 그녀를 칭찬하며 말하였다. 진신대부(搢紳大夫)들이 그 일을 기록하고 기이함을 전하니 만덕의 이름이 나라 안에 퍼져나갔다.
아! 재물을 쌓아놓고도 내어놓는 것은 남자라도 하기 힘든 것이고, 공을 세워서 상을 사양함은 사대부들도 판별하지 못하는 일이다. 만덕은 섬 속의 한 여자로서 몸은 관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천하다고들 하여도 이러한 일을 능히 하였으니, 이 어찌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것인가. 또한 하물며 한 번 서울 궁궐을 구경하겠다는 소원은 진실로 병이(秉彛)함에서 나온 것이며, 하늘이 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섬과 육지를 가리지 않고, 귀천의 경계 없이 금강산 유람은 또한 기이하고 장대하다고 할 것이다. 탐라는 세상 사람들이 영주라고들 칭한다. 만물 중에 빼어난 것으로서, 기린, 죽전, 귤과 유자 등의 특산물이 있어 왕의 조정에 진상되는데, 만덕 또한 이러한 빼어난 종류의 인물이 아니겠는가.
일찍이 파촉(巴蜀)의 청(淸)이라는 여인을 들은 바 있는데, 그는 단혈(丹穴)로써 자신의 부를 세대에 걸쳐 전승하여 진시황이 그를 위해 누대를 축조해 칭송했다. 오늘 날 만덕은 파촉의 청과 같은 재물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가의 의리를 겸하였다.
섬 속에서 일어나 이름을 사방에 알렸으니, 태사공으로 하여금 쓰게 한다면, 만덕의 내용은 장차 화식(貨殖)의 열전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열협(烈俠)의 열전에 넣을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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